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봄이 되면 제주도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산으로 외출을 한다.
그 이유인즉슨
바로 자연 고사리를 꺾는 철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작년에 제주 입도 후 주변에서
고사리철에 대해 많이 들었던 바가 있어
올봄에는 직접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1. 준비물 : 긴팔과 긴바지, 모자, 목장갑,
봉투 혹은 가방
2. 장소 : 중산간도로 길 따라 차가 세워져있거나
사람이 들어간 흔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것.
그리고 산 속에서는 양지바른 곳이나
소나무 밑과 가시덤불 속에 고사리가 있다.
3. 방법 : 허리 숙여 낮은 자세로 살펴봐야 하며,
잎이 펴진 것 말고 아기 손처럼 움켜 쥔 모양의
고사리를 '톡'하고 꺾으면 된다.
4. 채취 후 : 진드기가 붙어 올 수도 있으니
입었던 옷은 세탁하고, 샤워도 바로 할 것.
당근마켓,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에 검색해보니
친절한 고수님들이 알려주는 여러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특히, 사는 동네 주변으로 고사리 스팟이
궁금하다면 당근마켓에 질문을 올려볼 것.)
이렇게 미리 고사리 채취에 관한 정보들을 숙지 후
나와 남편은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워낙 이런 체험을 좋아하는지라
외출 준비하면서부터 이미 신나 있던 나.
가족들한테도 나눠 줄만큼 많이 꺾었으면하는
기대감을 안고 스팟을 찾아 나섰다.
사는 동네에서 1100고지 방향으로 가다가
중산간 도로가 있는 위치에서부터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살펴보니
차들이 드문드문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오호 정말 고수님들 정보대로였다.
고사리의 위치인 듯한 곳이
내 눈으로 직접 확인되니
드디어 나도 고사리를 꺾는구나 싶어
더욱 기분이 고조되었다.
대가 없이 정보 제공해주신 인터넷상의 고수님들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차가 세워져 있는 바로 근처를 또 살펴보니
실제로 풀과 잔 나뭇가지들이 꺾여
사람들이 들어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보이는 흔적들 중 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들어갔다.
왜 긴팔, 긴바지를 입으라는지 알겠더라.
생각보다 많이 우거진 가시나무들 사이사이를
뚫고 들어가야 했다.
다리에 걸리고, 팔에 걸리고, 머리에도 걸리고~
(웬만하면 망가져도 상관없는
튼튼한 재질의 옷을 입고 가길 추천!)
어느 정도 산으로 들어가고서부터는
고수님들한테 배운 대로
자세를 숙여 고사리가 정말 있는지
천천히 잘 살펴보았다.
그러다 드디어 내 눈에도 드디어
땅에서 솟은 고사리들이 보였다!
(여러 다른 식물의 줄기와 얇은 가지들 사이,
또 가시덤불 속에 섞여있기 때문에
정말 자세하게 천천히~ 살펴보아야 한다.)
기대하고 기대한 첫 고사리 꺾기!
'톡!'
우오오오 진짜 '톡'하고 꺾인다.
가끔 고사리 뜯으러 간다- 고사리 캐러 간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안 해본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여~
고사리는 바로 톡 하고 꺾는 거지!
한번 꺾는 맛을 본 나는 그때부터 점점 산속,
땅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집중력이 절로 생겼다.
남편도 고사리 찾는 재미가 있다며 즐거워했다.
처음엔 둘이 붙어 다니면서 고사리를 채취했는데
점점 욕심이 나는지 서로 말도 안 하고
알아서들 장소를 나눠
채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각자 고사리를 꺾다 중간에 다시 만나면
나는 이만큼- 너는 얼만큼- 봉투에 담긴
고사리 양을 비교하기도 했다.
즐거웠던 고사리 꺾기.
한참을 고사리 꺾느라 산속을 누비던 나와 남편은
이 정도 양이면 됐다 싶어 다시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나왔다.
(혹시 혼자 가시는 분은 산에서
길 잃지 않도록 조심하셔요!)
시간을 확인해보니 2시간 정도 흘러있었다.
와- 얼마 안 있었다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지나있다니-
우리 진짜 재밌었나 봐!
직접 고사리를 꺾어보니 더더 욕심이 나기도 했다.
아직 2-3주는 더 채취할 수 있으니
주말마다 산으로 나오기로 했다.
왜냐하면 가족들한테도 꼭 보내주고 싶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숙지한 정보대로
입었던 옷 바로 세탁 돌리고, 샤워도 했다.
(실제로 입은 티셔츠에 따라붙어 온 진드기 발견.무셔-)
그러고 나서 봉투에 담겨있던 고사리를 대야에
옮겨 물로 여러 번 씻어냈다.
씻어낼 때 보니 고사리에 붙어 따라 들어온
개미들이 많았다. 윽
1. 냄비에 물, 소금 한 숟갈(양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먼저 담고 불을 올린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씻은 고사리를 마저 냄비에 넣는다.
3. 삶아지는 동안 중간중간
고사리를 뒤집어주면 좋다.
4. 어느 정도 삶아졌다 싶으면 고사리 한 줄을
꺼내 끝을 살짝 눌러보는데
고사리 끝이 찢어지 듯 눌리면 잘 삶아진 거다.
5. 이때 불을 끄고 냄비를 옮긴다.
6. 뜨거운 물은 버려 찬물로 다시 헹군다.
7. 반나절 정도 찬물에 담가 남아있는
독기를 뺀다.
반나절 정도 물에 담궈 독기를 빼라는 글도 있고,
아예 이 과정 없이 바로 말리는 글도 있길래
독기 빼는 과정이 꼭 할 필요한 건 아닌가 싶어서
나는 간략하게 4시간 정도만 물에 담가놓았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고사리를 말릴 차례-
전기밥솥으로 하는 [고사리 밥] _ 간장 양념장과 구운 김에 싸먹기
전기밥솥으로 하는 [고사리 밥] _ 간장 양념장과 구운 김에 싸먹기
제주에서 사는 특권! 바로 자연산 제주 고사리를 직접 꺾고 말려 고사리 음식 해 먹기 :-) 제주 고사리 채취 방법은 아래 링크 클릭! 제주 자연 고사리 채취 장소, 삶기, 실내에서 말리기 팁! 3월
heeee2.tistory.com
보통은 볕이 잘 드는 마당, 옥상, 베란다에서
고사리를 말리고는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은 빌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당이 없었고
입주자들이 공동생활하는 옥상을 이용하기에도
괜히 좀 찝찝...
게다가 우리집 구조는 베란다 없이
바로 창이 나 있는 거실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처음 고사리 채취 정보를 얻었던 것처럼
당근 마켓에 질문을 올려보기로 했고,
다행히 질문 올린 지 얼마 안돼서
금방 친절한 고수님들이 정보를 공유해주셨다.
그중 어느 한 분이 알려주신 방법이
너무너무 기발해
나도 블로그에 그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실내에서 편히 말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실내에서 고사리 말리기 TIP ※
1. 일단 볕이 잘 드는 창 가까이에
빨래 건조대를 펼쳐 세우고,
2. 빨래 건조대 위에
바람 잘 통하는 망을 올린다.
(나는 다이소에서 구멍이 나있는
테이블 매트를 사서 사용했다.)
3. 그리고 망 위에 물기를 뺀 고사리를
고르게 펼쳐 놓는다.
4. 그 아래에 제습기를 틀어놓는다.
너무 기발하지 않은가?! 아니면 나만 몰랐던가??
아무튼, 또다시 나타나 주신 고수님의 방법 덕에 나는 무사히 고사리를 말릴 수 있었다.
야외에서 바짝 말리려면 2-3일씩
걸린다고들 하던데,
제습기 때문인지 하룻밤만에 고사리가
아주 잘 말라있었다.
이거 너무 말린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처음의
형태와는 많이 다르게 얇고, 딱딱해진 고사리.
혹시나 싶어 조금 양을 떼어내
다시 물에 불려봤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잘 말린 고사리는 습기를 흡수해 줄
키친타월을 깐 지퍼백에 담고,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습한 여름날에는 냉동실에 얼려두기도 한다.
(↑우리 엄마 정보)
지금은 우선 싱크대 상부장에 건다시마와
미역들이 있는 칸에 같이 넣어뒀다.
신기하다. 직접 꺾고 직접 말린 고사리라니!
뭔가 이런 일은 엄마, 할머니, 주변에 보이는
시골 어르신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주부가 되고 제주도민이 되어
직접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잘 말려 지퍼백에 담긴 고사리를 보니 뿌듯하다.
우리 남편도 함께 하느라 수고했어-
친정 엄마, 시댁 부모님께 꺾어 온 고사리 사진
보내드리면서 양껏 자랑도 했다.
어릴 적 외할머니랑 고사리 꺾던 때가
생각난다던 엄마도
산책하시며 쑥 캤다고 같이 사진
공유해주신 시어머님과도
고사리 이야기로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제주 고사리야 여러모로 정말 고맙구낭
다음 주에도 또 만나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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